이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. 우선 관련 인구가 1000만 명 안팎에 이른다는 것이다. 또 하나는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이들을 위한 공약을 내놨다는 점이다.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‘소확행(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) 공약’,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‘심쿵 약속’이란 이름을 붙였다. 이 후보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, 노령연금 감액제도 개선 등을 약속했다. 윤 후보는 혈당측정기 건보 확대, 낚시특별구역 추진 등을 공약했다. 5년 전 19대 때만 해도 ‘눈길 끄는 이색 공약’ 정도 취급받았을 만한 것들이 이번에는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.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.
재원을 놓고선 일단 ‘버티기’에 들어간 듯하다. 이 후보는 “선대위 정책본부에 예산 가용범위를 넘지 말라고 했다”고만 말한다. 가용범위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. 윤 후보는 앵무새처럼 ‘세출 구조조정’을 읊조린다.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깎을지는 없다. 그저 “어렵지만 하겠다”고 한다.
한 해 600조원 예산에서 정부가 순수하게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지출은 120조원 정도다. 이마저도 한도일 뿐 실제 지출을 줄여본 적은 한 번도 없다. 이해관계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고나 하는지 의문이다.
이런 추산이 얼마나 주먹구구였는지는 임기 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. 공약을 모두 실행하지도 않았을 텐데 2016년 말 627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965조원으로 338조원 불어났다.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.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여섯 차례 추경 규모는 127조원에 그쳤다. 과소 추산에 부실 재원 마련 방안이라 할 수밖에 없다.
지난 3일 20대 후보 첫 TV토론회에서는 대장동 의혹, 대중 외교 등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. 하지만 공약 재원을 놓고선 5년 전과 달리 한마디 말도 없었다. “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”라고 따져묻던 유승민 전 의원 같은 후보가 없어서일까.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상대방 재원을 따지는 게 부담스러워서였을까. 이대로라면 ‘문 정부 재정파탄 시즌2’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. 예산 가용범위 사수나 세출 구조조정이 ‘만능열쇠’일 순 없다.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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